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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가족이 되다./토끼와 가족이 되다

토끼는 왜. 남자친구와 사이가 좋지 않을까?

by 솜이엄마 202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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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껌딱지 토끼


집에 있는 토끼, 우리 솜이는 내 껌딱지다.
퇴근하면 졸졸졸 나만 쫓아다니고
내가 자리를 잡고 앉으면 내 옆으로 와서 머리를 디민다.

간식도 내가 주고, 집도 내가 청소해줘서 그런가 보다, 하겠지만
사실 데리고 오고 바로는 남자친구가 밥도 자주 주고, 집 청소도 매번 해줬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솜이가 남자 친구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확실히 솜이는 나를 더 좋아한다.
남자친구가 생야채를 주려고 싱크대에서 생야채를 씻고 있으면 
바로 본인 간식인 줄 눈치채고 남자 친구 다리 곁을 한번 왔다가, 나에게 뛰어왔다가
갈팡질팡 한다.

초반에는 몸을 일으켜 세워 간식을 달라고 총총거렸지만
지금은 갈팡질팡하다가 간식을 받으면 냉큼 물고 다른 곳으로 가서 먹는다.


문제는 남자친구에게 종종 스텀핑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잘 놀다가도 남자 친구를 종종 문다.

놀라운 것은 나는 간식을 줄때 종종 물리는데
절대 아프게 물지 않고 본인의 이빨이 닿으면 놀라서 입을 떨어뜨릴 정도로
나는 절대 물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냥 사람을 마냥 무는게 아니라는 얘기)


토끼는 왜 남자친구랑 사이가 좋지 않을까?


엄마 나가지 마, 캐리어 앞을 가로막는 솜이


나는 이 해답을 병원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찾았다.

솜이를 중성화 시켰던 두 달 전 방문한 동물병원에서
솜이가 참 착하고 순하다고 했는데
'근데 왜 남자친구랑은 사이가 안 좋을까요?'하고 물었다.


"남자 보호자님이 토끼가 싫어하는 행동을 많이 하시는 게 아닐까요?
 집 청소를 해준다거나, 큰 소리를 낸다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하시는 게 아닐까요?"


토끼는 화장실 청소해주는 것을 싫어한다. 막상 지저분해지면 가지도 않고 깨끗하게 해 놔야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흔적과 냄새를 지우는 것을 싫어한다.
영역동물이기 때문에 화장실 청소하는 것을 싫어하는데
그건 요세 내가 담당으로 하고 있다.
그것도 아니다.

답은 그 다음에 있다.


남자 친구는 솜이를 보면 "토끼!!"하고 큰 소리를 낸다.
토끼는 청각이 엄청 예민하기 때문에 큰 소리를 무서워한다.

여자의 손 보다 무거운 남자의 손으로 쓰다듬어주는 것을 토끼는 더 좋아한다.
때문에 쓰담쓰담을 처음에는 남자 친구의 손을 더 좋아했었다.

그렇지만 남자친구는 장난을 친다고 빨리 쓰담 쓰담하거나 턱, 턱, 문지른다.
솜이는 이런 남자친구의 장난을 위협적으로 느꼈을 수 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토끼와 놀아준다고 자꾸 토끼 앞에서 양발을 번갈아서 찍으며
우다다를 한다는 것이다.


토끼에게 이런 행동은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남자 친구가 아무 생각 없이 놀아준다고 한 이 장난이
솜이에게는 엄청 스트레스가 되었을 거고
남자 친구를 싫어하게 된 거다.


착하고 순한 토끼 솜이

 

솜이는 사람을 좋아하는 토끼다.
집에 손님이 오면 10초 정도 경계하다가
예뻐해 달라고 뽀로로 달려와서 코로 톡톡 사람을 건드린다.

보통 낯선 사람이 오면 구석으로 숨어버리는데
솜이가 집에 있는 은신처에 들어갔을 시기는 딱 한번
중성화를 했을 때뿐이다.


병원을 다녀온 뒤 나는 남자 친구와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솜이는 강아지가 아니야. 고양이도 아니야.
솜이는 겁 많은 토끼야.
네가 솜이를 아끼고 예뻐해서 장난치는 건 알지만
그걸로 네가 다치고 솜이가 스트레스받는 건 싫어.
이제 솜이에게 장난치지 말아 줘"


남자 친구가 솜이와 다시 친해지는 데에는 한 달여의 시간이 걸렸다.


그렇지만 남자 친구는 나보다 목소리가 크다.
솜이를 위해 데시벨을 줄여달라고 할 수는 없었고,
'더 큰 소리'를 내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


남자 친구는 "토끼!"라고 부르는 횟수를 줄였다(하지 말라고 했는데 아예 고치지는 못했다)

우다다를 절대 하지 않기로 했다.

토끼에게 공격적으로 느껴지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기로
나와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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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솜이는 바닥에 누워있는 남자 친구의 볼에 래빗 키스를 해주었다.
사이가 좋지 않을 땐 바닥에 남자 친구가 누워있으면 밟고 지나다녔는데(;;;)
지금은 뛰어넘어 다닌다.
물론 복층 계단에 남자 친구가 다리를 얹어놓으면
비키라고 파바박 긁기도 하고
얌전히 같이 TV를 보다가
갑자기 남자 친구를 왕 물기도 하고
파바박 긁기도 한다.
(그렇지만 파바 박은 치마를 입고 앉아 있으면 나에게도 하는 행동이라)

그렇지만 보자마자 스텀핑을 하지는 않는다.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가 토끼 커뮤니티에 올라온 적이 있다.
토끼가 남편을 너무 싫어한다는 것이다.
의사 선생님께 들은 말을 기반으로
나도 남편분이 토끼에게 장난이 심하시냐고 물어봤더니
장난을 엄청 많이 친다고 한다.
우리 솜이도 남자 친구와 다시 화해를 했으니
장난기를 줄이고 조심하시면
다시 토끼가 다가와줄 거라고 댓글을 달았다.
(지금 쯤 그 토끼와 남편분은 어떤 사이가 되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우리가 토끼를 키우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토끼는 먹이사슬 최 하위 동물로 본능적으로 겁이 많고, 예민하여
본인을 방어하기 위해 바로 공격하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토끼의 공격은 절대 하찮지 않다.
나무를 갉아먹는 이빨은 크고 단단하고
발톱 역시 크고 두껍다.

조용조용 예쁘게 키우면 순둥순둥 다정다감한 토끼지만
스트레스 상황이 된다면 집사를 공격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받아 갑자기 급사하기도 한다.

그만큼 키우기 힘들고 예민한 동물이라는 것.


그리고
토끼를 행복하게 해 준다면
집사 껌딱지로써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보여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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